본문 29절에 입다에게 영이 임했다 시작됩니다. 사건의 순서는 이렇게 시작됩
니다. 우리는 입다 이야기 전체를 구성을 염두에 두고 성경을 보면서, 입다의 발언
(12~27절)과 여호와의 영이 임한 사건의 순서에 무게를 둘 경우, 이 사건을 여호와
께서 입다의 발언을 듣고 장로들이 입다 선택을 마침내 인정하신 것으로 이해할 수
있습니다. 다른 사사들의 경우와 달리, 입다의 등장이 여호와의 개입과 무관했기 때
문입니다. 다시 말해, 여호와는 입다가 등장할 때가 아니라 그의 말이 끝난 지금에 와
서야 개입하신 것입니다. 여호와께서 입다의 말에 설득되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달
변을 통해 여호와까지 이용하는 입다의 습성을 여호와께서 드러내시는 역설로 이해
하는 것이 적절합니다.
사사기에서 여호와의 영은 주로 사사의 군사적 지도력을 높입니다. 하지만 사사에
게 임한 여호와의 영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는 않습니다. 사사에게 임한 영이 사사의
신앙이나 판단력에는 영향을 많이 미치지 않았습니다.
하나님의 영이 입다에게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입다는 자신에게 익숙했던 이방 문
화인 인신 제사로 서원하였고, 이러한 이스라엘 백성의 심연에 뿌리내린 영적인 타락
은 전쟁 후 자신의 외동딸을 번제물로 드려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합니다. 이
파국의 정점에서, 이 모든 상황을 잠재우는 한목소리를 듣게 됩니다. 36절 “딸이 그
에게 이르되 나의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여셨으니 아버지의 입
에서 낸 말씀대로 내게 행하소서 이는 여호와께서 아버지를 위하여 아버지의 대적 암
몬 자손에게 원수를 갚으셨음이니라”.
사사기 11장은 해마다 나흘씩 이스라엘의 딸들이 ‘입다의 딸’을 위해 애곡하는 관
습이 생겼다고 말합니다. 암몬을 이긴 힘센 용사 입다가 아니라, 하나님과 민족을 위
해 자신을 오롯이 드린 입다의 딸을 매해 추모했다는 것입니다.
신앙 생활 가운데 순간 찾아오는 교만으로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과오가 아닌 하
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.
오늘의 기도 : 하나님의 역사 앞에 겸손한 자가 되게 하옵소서.
