요한복음에 기록된 표적의 이야기는 예수님의 초월적인 능력만을 과시하기 위해
기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. 요한복음이 기록된 이유는 예수님을 믿어 생명을 얻기 위
한 것입니다(요 20:31). 즉 표적이라는 이벤트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표적에 담긴
의도와 의미에 집중하는 것입니다.
날 때부터 시각장애인이 된 사람을 고친 표적은 다른 표적들과는 다르게 내용이
길게 기록되어 있습니다. 그런데 특이한 점은 예수님께서 시각장애인을 고치신 내용
은 고작 두 절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. 즉, 치유 사건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, 치
유 이후에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상황과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. 시각
장애인은 눈을 뜨기 전의 삶보다 눈을 뜬 이후의 삶이 더 심한 고통과 아픔을 경험하
게 됩니다. 바리새인들에게 날카로운 공격을 받고, 욕까지 받습니다. 또한 그 누구보
다도 함께 기뻐하고 병을 고쳐주신 분께 찾아가 감사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부모가
오히려 회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입니다. 그 이유는 출교당하는 것이 겁이 났기
때문입니다. 당시 출교를 당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굉장한 손해를 입는 것이었습니
다. 요한복음이 기록된 1세기 말에는 회당과 교회의 대립으로 회당으로부터 출교의
일이 많이 발생했습니다. 그 당시 시각장애인처럼 믿음의 삶에 대한 대가를 감당하며
살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. 그러나 시각장애인의 부모처럼 출교에 대한 두려움으로
믿음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 서버린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입니다. 어느 편에 서야 할
까 고민하는 자에게 전해진 이 이야기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.
예수님은 출교 당한 그에게 찾아가셔서 네가 인자를 믿느냐고 물으십니다. 이 질
문에 그는 “주여 내가 믿나이다.”라고 고백하며 절합니다. 여기서 ‘절하다’는 말은 입
맞추다, 개가 주인의 손을 핥는 것처럼 엎드려 경배한다는 뜻입니다. 즉 예배자의 모
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. 예수님을 믿는 참된 믿음은 주님을 움직이시게 합니
다. 온 세상 날 버려도 주 예수 안 버리는 믿음으로 살아갈 때 영원한 생명을 얻는 길
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.
오늘의 기도 : 바른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옵소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