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베푸신 세족식은 요한복음에만 기록되어 있습니다. 당시
발을 씻기는 일은 매우 천한 일이었습니다. 그래서 노예 중에서도 이방인 노예들에
게만 시키는 허드렛일이었습니다. 그런데 이러한 세족식을 예수님은 유월절 전에 자
기가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서 돌아가실 때가 이른 줄 아시고 행하신 사건이라고 성경
은 말씀하고 있습니다. 세족식은 예수님께서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
하시는 모습을 보여주신 사건이었습니다. 그 자리에는 예수님을 팔려고 생각하는 가
룟 유다도 있었습니다. 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생각과 마음을 아셨습니다. 그런데도
예수님은 가룟 유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. 예수님의 사랑과 섬김은 가식적이지 않
았습니다. 사람을 차별하지도 않으셨습니다. 모든 것을 알고 계셨음에도 동일한 사
랑으로 낮고 낮은 자리에서 제자들의 발을 씻으셨습니다.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
씻는 장면을 상상해본다면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께서 죄인들 앞에 무릎을 꿇는 모습
이 연상됩니다. 오히려 죄인들이 왕 되신 예수님 앞에 무릎을 꿇어야 맞지만, 그 누구
도 선뜻 발을 씻으려고 헌신하는 자가 없었습니다. 예수님은 섬김의 왕으로서 어떠한
사랑을 베풀어야 하는지 보여주십니다. 예수님의 제자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사
명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.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
하신 것을 경험한 자로서 우리도 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야만 합니다. 예수님께서
왜 내 발을 씻어 주시는지 베드로는 알지 못했습니다. 그러나 예수님께서 “지금은 네
가 알지 못하나 후에는 네가 알리라”라고 말씀하십니다.
지금은 잘 모르고 부족하며 연약해도 괜찮습니다. 주님은 이러한 나의 모습을 아
십니다. 이해하십니다. 그래서 먼저 나에게 다가오신 것이고, 사랑하신 것이며 섬기
신 것입니다. 예수님께로 더 가까이 나아갈 때 그 사랑을 비로소 깨닫게 되고 우리는
알게 될 것입니다. 베드로는 훗날 그의 서신에서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하라고
말하며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는다고 고백합니다. 오늘도 주님의 사랑 안에서 사랑과
섬김을 실천하는 자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.
오늘의 기도 : 사랑과 섬김을 실천하는 자가 되게 하옵소서